칼럼

이혼소송과 채무의 분할, 공동채무와 특유채무의 분할이 갖는 의미 2026-04-20

 

1.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의미

 

 이혼이란 법률적으로 많은 쟁점을 수반하게 됩니다. 이혼의 본질적 의미는 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혼인관계를 종료한다는 점에 있지만, 혼인관계가 청산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여러가지 쟁점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건들은 혼인관계의 청산 그 자체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혼인관계를 종료한다는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종료할 것인지, 즉 청산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혼 시 문제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재산분할, 둘째는 양육권, 셋째는 위자료입니다. 특히 이 재산분할은 양육권이나 위자료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는데, 양육권은 혼인관계가 종료됨에 따라 어느 한 명이 양육을 맡을 수밖에 없으니 부득이 양육권자를 정하는 문제이고,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에 뒤따르는 손해배상금이라는 점에서 엄연히 ‘공동생활의 청산’이라는 의미만을 갖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재산분할은 부부가 함께 영위해오던 공동경제를 어떻게 분할하여 가질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므로 철저히 청산과 분배의 개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위자료의 개념을 포함하였기 때문에 재산분할이란 반드시 청산과 분배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혼인 파탄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의미도 가졌으나, 위자료가 재산분할과 엄격하게 분리되어 나옴에 따라 이 재산분할청구권은 오직 부부공동생활의 종료에 따른 각자의 몫을 나누는 의미만을 갖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 역시도 재산분할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그 어떠한 제약도 없으니 처음부터 유불리가 정해져 있지 않고, 상당수 사건에서 위자료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는 문제이므로 상호간 양보 없이 치열하게 다투게 되는 쟁점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협의이혼을 진행함에 있어서 의사 합치를 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기에, 다른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음에도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를 보지 못해 이혼소송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2. 재산분할의 대상: 적극재산과 소극재산

 

 그런데 재산분할의 대상과 범위에 관하여 오해해서는 안 될 내용이 있습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공동재산’이고, 보유하고 있는 명의와 무관하게 부부의 공동재산을 모두 합산하여 분할 비율과 방식을 정하는 것이 다름아닌 이혼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산’의 의미를 오직 ‘적극재산’ 즉, 보통 이야기하는 양수의 재산가치만으로 한정하여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당연하게도 이 ‘재산’에는 ‘소극재산’ 즉, 음수의 재산가치를 갖는 채무도 모두 포함됩니다.

 

그러니 예를 들자면, 분할 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재산가치가 10억 원이고 여기에 담보대출로 3억 원이 있다면, 10억 원의 가치만이 분할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출 3억 원도 포함되어야 하므로 이 아파트의 실제 순자산가치는 7억 원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분할 대상 재산인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니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겠지만, 이런 사안 뿐만 아니라 부부 일방이 받아 둔 대출금 역시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의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즉, 구체적으로 단순화된 예시를 들어 보자면, 남편이 3억 원의 적극재산과 1억 원의 채무, 아내가 3억 원의 적극재산과 2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부부 재산의 합계는 6억 원이 아니라 3억 원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5:5의 분할비율이 결정된다면 각자 귀속되어야 할 재산은 1억 5천만원이 되니 남편은 아내에게 5천만원을 정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적극재산에 있어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과 특유재산을 구분하듯이, 소극재산인 채무에 있어서도 공동채무와 특유채무를 구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동재산과 특유재산의 구분이 반드시 명료하지는 않듯이(재산의 형성 시점 뿐만 아니라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의 기여도도 고려해야 하므로), 공동채무와 특유채무의 구분 역시 명료하지만은 않습니다. 일상가사와 관련이 있는 채무(예컨대 생활비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용도 또는 자녀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한 용도의 신용대출 등)라면 당연히 공동채무에 해당할 것이고, 도박이나 성매매 등을 위한 개인 채무라면 특유채무에 해당할 것이지만, 이 구분이 항상 확실히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개별 사안에서의 검토는 필수적입니다.

 

3. 채무의 분할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공동채무의 범위는, 곧 분할대상 재산의 총 규모에서 당초 계산에서 제외되어야 할 채무를 정하는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실무상 많이 문제되는 것이 부부 일방이 가지고 있는 신용대출, 그 중에서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여 소진된 금액입니다. 실제 이혼소송 실무에서는 개별 채무의 목적을 규명하여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즉, 공동채무이다)는 주장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즉, 특유채무이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판례의 원론적인 입장을 먼저 살펴보면,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으로 그 개인의 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일 때에는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즉,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두 가지 유형인 것입니다. 첫째,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형성된 채무(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의 담보대출)입니다. 둘째,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가장 대표적인 예로 자녀의 학비)입니다. 그러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최종적인 공동채무는 그 형식에 있어서 쌍방의 원만한 협의가 있었는지, 혹은 공동으로 계획한 채무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처와 목적이 중요한 셈입니다.

 

반면에,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융통한 자금(대표적으로, 이혼소송을 시작하면서 소송에 필요한 변호사비용 등 비용마련을 위한 대출이나, 배우자로부터 받아오던 생활비가 끊김에 따라 이혼 판결 이후 재산분할금을 받기 이전까지 필요한 생활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등이 이에 속할 것입니다)이나, 일상 가사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빚 보증을 서면서 발생한 보증채무, 불법적인 도박이나 성매매 등을 위한 채무 등은 명백히 공동채무에 포함될 수 없을 것입니다.

 

4. 채무 유형 구분의 중요성, 소송을 통해 철저하게

 

 하지만 다른 법률적 문제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상기의 원론적 기준만으로 모든 채무의 유형이 명료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백한 공동채무와 명백한 특유채무라는 양 극단의 성질 그 중간에 위치한 수많은 유형의 채무들에 대해서는 소송 도중에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철저한 변론과 증거수집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결국 이는 두 사람이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하면서 어느 일방이 단독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인 문제, 서로가 경제공동생활을 이루면서 지출한 소비와 향유한 이익의 문제를 어떻게 규율할 수 있는가 하는 민감한 문제로서, 입법정책과 판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 실무에서도 어느 한 쪽이 과도한 소비를 하면서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사용하였거나, 독단적인 결정으로 큰 지출을 발생시킴으로써 과도한 채무를 지거나 하는 경우에는 첨예한 다툼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재산분할에 있어서는 단순히 ‘몇 대 몇’이라는 분할의 비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극재산을 어떻게 포함시키고 제외시킬 것인가의 문제(흔히 있는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불가하다’는 주장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도 중요하고, 오늘 살펴본 것처럼 채무의 분할 문제에 있어서 공동채무와 특유채무의 구분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는 이혼소송 중 중요한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철저하게 다투어 후회 없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